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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삶의 일상

<3월의 봄, 부산 벚꽃에 취하다>

by 글과삶 2021.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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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올해도 꽃은 피고

 

벚꽃이 활짝 피었다. 아침과 저녁의 쌀쌀함에 언제 꽃이 피려나 하고 생각을 했는데 하루 이틀 따뜻한 날이 이어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온 세상을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오늘은 오후에 비 예보가 있었던 탓에 낮에 엄마와 서둘러 외출을 했다. 삼계탕을 먹고 집 근처 벚꽃 구경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평소에 손님이 많아서 자리가 없으려나 하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자리도 많았고 거리두기 테이블 유지도 잘되었다. 게다가 맛있게 먹어서 기분도 좋았다. 서비스로 나오는 인삼주인지 모르겠지만 술을 한 잔 먹으니 속이 우와 뜨끈뜨끈했다. 

집으로 오는 길은 벚꽃이 많은 곳이라 특별히 다른 곳을 찾을 필요는 없었다.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았지만 다행히 오지는 않았다. 대신 벚꽃비가 쏟아졌다. 이제 바람이 차갑지 않고 봄을 머금어서 그런지 온풍이 되었다. 그 바람을 타고 벚꽃은 비를 내리듯 잎을 뿌리고 있었다. 손을 여기저기 뻗어 잎을 잡으려고 했는데 놀랍게도 잡혔다. 워낙 많은 잎이 날리다 보니 확률적으로 잡힌 것이다. 내 손이 빨랐던 것은 아니고...

 

 

 

 

잎이 날리는 것을 보니 추억이

 

고등학생 시절 백일장을 하러 진해로 갔었다. 때마침 군항제도 했었는데 버스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탔던지 고생 고생하며 도착을 했다. 나, 남사친 1명, 여사친 1명 이렇게 셋이 같이 갔다. 백일장의 결론은 셋 모두 입상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벚꽃은 실컷 구경하고 와서 좋았다. 진해의 벚꽃은 엄청 컸던 기억이 난다. 벚꽃잎이 날리는데 블리치라는 일본 만화의 쿠치키 바쿠야라는 캐릭터의 필살기 천본앵의 실사판이라고 할까. 그 시절의 나도 역시나 손을 마구마구 휘두르며 꽃잎을 잡으려고 했었다. 여사친(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던 친구였다)에게 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되지도 않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그 시절이야 무엇을 하든 까르르 하던 시절이라 좋은 추억을 보냈더랬다.

 

 

출처-Alfred N, Shoemaker 유튜브

 

다시 현재로, 마약 벚꽃

 

엄마에게 꽃은 참 신기하다고 말했다. 늘 피는 시기에 정확하게 핀다고. 하지만 코시국 2번째를 맞는 벚꽃 인증 사진에는 마스크를 쓰는 우리가 있다. 3번째 벚꽃이 필 때는 과연 웃는 사람들의 입을 볼 수 있을까는 모르겠지만 꼭 그래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입으로 꽃잎이 들어오는 호사도 한번 누려보고 필터(마스크)를 거치지 않은 생 꽃향기를 맡고 싶다. 누군가는 잠깐 답답해서 벗었을지도 모르는 마스크인데 그 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는 일이 없는 그런 날. 

다행히도 집에 오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얼굴을 씻고 머리에 샤워기로 물을 뿌리니 벚꽃잎 한 장이 떨어졌다. 짧은 머리카락에 용케도 붙어왔구나. 꽃잎 한 장 세수대 물 위에 떠있을 뿐인데 물 색깔이 분홍으로 변한 듯 보였다. 이쯤 되면 벚꽃은 봄에 유행하는 마약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국가가 허용하는 몇몇 마약 중의 하나.      

 

 

 

 

일요일은 맑을 예정

 

기상청 예보를 보니 내일은 맑다고 한다. 비에 꽃잎이 우드드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날이 좋다고 하니 집 주위 산책을 해야겠다. 벚꽃의 꽃말은 정신의 아름다움이라고 한다. 어울리는 꽃말 같다.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을 보고 있으면 머릿속은 하얀 도화지로 바뀌면서 분홍색 파스텔로 그 공간을 채워가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스트레스와 걱정들이 없어지지 않겠지만 좋은 추억으로 잠시 덮어도 되지 않을까. 잎이 떨어진 자리에 녹색잎이 올라온다. 우리가 맞이할 여름의 푸름처럼 말이다. 내일 맑은 날을 기대해보며 봄비 소리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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