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삶의 일상

부산은 다시 봄? 맑은 하늘, 고양이와의 만남

by 글과삶 2020. 9. 24.
반응형

가을이 오긴 온 건지 아침과 저녁은 제법 선선하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많이 달라졌다. 마스크를 끼면 땀이 차고 힘들었는데 이젠 좀 살만해졌다. 출근을 위해서 아침 6시 20분이면 집을 나선다. 20분을 걸어서 통근버스 정류장으로 가야 한다. 7시 출발이기 때문에 여유롭게 걸어가야 하는데 쌀쌀한 날씨에 걸음이 자꾸만 빨라진다. 이러다 급 겨울이 오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지난여름의 역대급 장마를 이상기후라고 하는데 또 어떤 이상한 것이 올는지. 

 

 점심식사는 식당 밥이 너무 맛이 없어서 시리얼을 우유에 타 먹었다. 그릇이 없어서 커피잔에 먹었다. 큰 커피잔을 사길 잘했다. 다 먹고 고양이들은(회사에 길고양이가 살고 있다) 뭐하는지 보러 나갔는데 뭘까. 아침엔 추웠는데 따뜻하다. 이런 날씨에 사무실에 있으면 안 되지. 슬리퍼를 운동화로 갈아 신고 회사를 나왔다. 시간이 많이 남지는 않았지만 늦어도 상관이 없으므로 그냥 나갔다.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마스크는 벗어버렸다. 15분 마스크 없는 세상이다. 그래도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니 권총 차듯이 허리춤에 마스크를 언제든 장전할 수 있게 했다(2m 거리 유지 가능하면 마스크 착용 안 해도 된다고 정부 지침이...). 

 

아이고 깜짝아. 걷는데 메뚜기인지 귀뚜라미인지 날아다닌다. 시선이 정체모를 것을 따라가다가 하늘을 향했다. 이렇게 맑은 하늘이 얼마만일까. 매일 이런 하늘만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았다. 

 

가을하늘

 

컴퓨터 배경화면인줄

 

파란 하늘과 녹색 수풀들을 보니 눈에 인공눈물을 넣은 듯 촉촉해지는 느낌이다. 종일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봐야 하는 눈에게 습기를 선물해 본다. 조금 걷다 보니 개 한 마리가 자기 집에서 고개를 내민다. '집이 있구나 넌?' 상대하고 싶지 않아 발걸음을 옮겨본다. 사람이 역시나 아무도 없다. 점심시간엔 역시 낮잠이겠지. 조금만 더 걸어가면 친하지는 않지만 안면은 서로 튼 고양이가 나온다.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부부로 추정되는 두 고양이가 있었는데 언제부터 수컷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길고양이의 수명은 집고양이 수명의 5분의 1이라고 한다. 질병, 영역싸움, 먹이, 로드킬(차에 치여 죽음) 등의 위험이 길고양이들을 따라다닌다. 

 

예쁘다

 

난 네가 뭘 원하는지 안다캔!

 

미안하지만 오늘은 없다캔! 오랜만에 봤는데 나를 알아보다니. 고양이들은 역시 바보인 척하는 천재인 거 같다. 코인사를 나누고 고영희가 나를 어디론가 안내한다. 그곳은... 늘 캔을 까주던 장소. 넌 다 계획이 있구나. 그런데 고영희야 오늘은 너 보다는 이걸 찍기 위해 왔단다. 너의 캣타워이자 스크래쳐! 잠시 실례하자.

 

고영희 캣타워&스크래쳐(이거 보다 큰거 있는 냥이 손?아니 발?)

 

크고 오래된 나무라 그런지 여기저기 버팀목을 많이 박아 두었다. 고양이가 쉬는 곳, 새가 둥지를  트는 곳, 나의 그늘막이 되는 나무. 이번 태풍에 잘 버텨주었구나. 고영희를 쓰담 쓰담해주고 보니 시간이 훌쩍 가버려서 급히 자리를 일어났다. 고양이보다 시크하게. 잠깐 산책을 했는데 오전 내내 뭉쳤던  어깨 근육이 다 풀린 거 같았다. 냥이 꾹꾹이를 받은 것도 아닌데 신기하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뭔가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살짝 돌리니 웬 고양이가!

 

심기불편 치즈냥

뭔가 불만이 있으신지? 얼굴에 콩고물 묻었네요...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덩치가 좀 있는 걸로 봐서는 수컷인가 보다. 나무 팔레트 틈에 있길래 통나무인 줄 알았더니. 아무튼 난 널 상대해줄 시간이 없어! 오라고 해도 갈 츄르는 없다고. 내일 다시 만남을 기약하며 회사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회사에 도착할 때쯤 업무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맑은 하늘에 고양이도 보고, 시원한 바람도 맞으며 잘 쉬었다. 마치 봄이 다시 온 듯 따뜻했던 오늘의 부산 날씨가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