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삶의 일상

다시 여름이 온 거 같은 개천절-부산 낙동강 하구둑 강변대로 해안산책로 걷기

by 글과삶 2020. 10. 4.
반응형

개천절

 

양력 10월 3일. 단군왕검이 기원전 2333년 최초의 민족 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한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 

 

기원전 2333년 하니 초등학생 때 일이 생각난다. 4학년으로 기억을 하는데 선생님께서

"올해가 단기로 몇 년인지 아는 사람?" 하시며 질문을 하셨다.

당시 국어사전을(당시는 전자사전이 없었다) 늘 손에 들고 다녔다. 모르는 단어만 나오면 무조건 국어사전 먼저 들여다봤었다. 아무튼 국어사전에서 봤는지 다른 책에서 봤는지 나는 우리나라가 단기로 몇 년인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반 친구들은 모르는 눈치였다. 부끄러움이 많았던 나는 살며시 손을 들어 0000년입니다 라고 말을 했다. 그랬더니 남자아이 하나가 

"네가 어떻게 아는데?" 

라며 따지듯 묻는 게 아닌가. 그 질문에 나는 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장금이의 심정이랑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말했을 뿐이옵니다."

선생님께서는 나의 답이 맞다고 하시며 그 아이는 입을 다문채 상황은 정리가 되었다. 

참고로 올해는 단기 2020+2333=4353년이다.

 

어제는 내가 사는 지역 모바일 신문에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을숙도까지 산책로가 만들어졌다기에 혼자 걸어보았다. 집을 나와서 로또 한 장 구매하고 걸으면 좀 더울 거 같아 아이스 바닐라 라테 한 잔을 손에 들고 출발했다.

 

 

아이스 바닐라 라떼

 

 

늘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먹는데 지인의 추천으로 처음 먹어봤는데 맛있다. 마스크 벗고 한 모금 쭈욱 빨아 댕기고 재빨리 마스크를 착용했다. 조금 걷다 보니 더운 느낌이 밀려왔다. 반팔 티셔츠 겉에 긴 셔츠 입기 다행이다. 가을 날씨도 아니고 여름 날씨라고 하기도 뭐하고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겉 옷을 벗고 나니 세상 시원하다. 아뿔싸 근데 길을 잘못 왔다. 횡단보도가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걷고서야 건너편으로 갈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는데 설마 차도 옆이 걷는 길은 아니겠지 하며 살펴보니 다행히 차도에서 좀 떨어진 산책로를 만들어놨다.

 

 

낮이라 감탄사가 나오지는 않았다

 

  

노을나루길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만났다. 노을이 아름답다고 하니 다음에는 해가 질 시간에 맞춰서 한 번 와야겠다. 낮에도 나름의 매력은 있다. 시원한 바람, 높고 맑은 하늘, 탁 트인 시야. 다만 구청에서는 여기 청소를 좀 신경 써야겠다. 쓰레기가 있었다. 그리고 산책로 트랙이 평평하지 않고 붕 뜬 부분도 있고 폭이 너무 좁다. 밤에 많은 사람이 걸을 텐데 2미터 거리 유지가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우측 상단-낙동강 하구둑

 

평일이면 늘 출근을 위해 저 하구둑을 넘어간다. 부디 오늘 저녁 로또로 저길 안 넘어도 되게 해달라고 빌어본다. 하구둑이 9개니 다음 주 로또엔 9를 꼭 넣어보자. 잠깐 숨을 돌리고 다시 걸어본다. 연세 있는 분들이 많았다. 할머니들은 마스크를 잘 착용하는데 할아버지들이 쫌... 그렇다. 내가 착용하고 있으니 시선을 돌리고 계속 걸었다. 조금 있으니 조깅하는 남자가 마스크 없이 내 앞을 쌩 지나갔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경치를 바라본다. 후...(열 받은 거 아님)

 

 

배 갑판에 서있는 느낌 - 케이트 윈슬렛은 없다

 

  

 

을숙도 대교

 

 

을숙도 대교가 보인다. 2010년 1월 30일 준공되었다고 한다. 부산신항과 기존 부산항 간의 원활한 수송과 물류비용 절감 등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녹산공단, 신호공단, 경제 자유구역 등에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면 빨리 오고 갈 수 있다. 을숙도 대교에 가까이 갔을 때 뒤를 한 번 돌아봤는데 많이도 걸었다. 처음 출발 지점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걷다 보니 자전거길과 인도가 만나게 되는 지점이 나왔다. 자전거도로를 놔두고 인도로 막 다니는 자전거 때문에 오늘은 그만 걷자 마음먹고 휴대전화 맵 어플을 켜고 어디로 가야 할지 찾아봤다. 그러던 중 길 건너편에 뭔가 눈에 들어왔다. 

 

 

 

술래가 있으면 숨은 아이들도 만들어 주지 그랬냐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근데 술래가 있으면 숨은 아이들도 있어야지. 그건 왜 안 만든건지. 숨어서 안 보이는 거라 생각해본다. 여기에 뜬금없이 이런 게 있나 생각하며 설명판을 찾아봤다. 2015년에 만든 도시숲 광장이라고 한다. 아무리 봐도 관리가 안되어있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준다고 하는데 적막만 감도는데 무슨. 누가 저 아이 풀벌레로부터 구해주소서!

 

커피를 마신 탓인지 화장실이 급해서 빨리 지하철역을 찾아 걸음을 재촉했다. 집에 와서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니 5km 이상을 걸었다. 다음 부터는 해가 높이 떠 있을 때는 걷지 않으리라 마음먹어 본다. 그래도 혼자 걸어보니 느리게 걷다가 빠르게 걷다가, 이 생각 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이제 다음에는 승학산에 가는 걸로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혼자든 여럿이든 걷기 참 좋은 날씨에요. 곧 월요일이지만 다시 맞을 주말을 생각하며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