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양력 10월 3일. 단군왕검이 기원전 2333년 최초의 민족 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한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
기원전 2333년 하니 초등학생 때 일이 생각난다. 4학년으로 기억을 하는데 선생님께서
"올해가 단기로 몇 년인지 아는 사람?" 하시며 질문을 하셨다.
당시 국어사전을(당시는 전자사전이 없었다) 늘 손에 들고 다녔다. 모르는 단어만 나오면 무조건 국어사전 먼저 들여다봤었다. 아무튼 국어사전에서 봤는지 다른 책에서 봤는지 나는 우리나라가 단기로 몇 년인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반 친구들은 모르는 눈치였다. 부끄러움이 많았던 나는 살며시 손을 들어 0000년입니다 라고 말을 했다. 그랬더니 남자아이 하나가
"네가 어떻게 아는데?"
라며 따지듯 묻는 게 아닌가. 그 질문에 나는 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장금이의 심정이랑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말했을 뿐이옵니다."
선생님께서는 나의 답이 맞다고 하시며 그 아이는 입을 다문채 상황은 정리가 되었다.
참고로 올해는 단기 2020+2333=4353년이다.
어제는 내가 사는 지역 모바일 신문에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을숙도까지 산책로가 만들어졌다기에 혼자 걸어보았다. 집을 나와서 로또 한 장 구매하고 걸으면 좀 더울 거 같아 아이스 바닐라 라테 한 잔을 손에 들고 출발했다.
늘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먹는데 지인의 추천으로 처음 먹어봤는데 맛있다. 마스크 벗고 한 모금 쭈욱 빨아 댕기고 재빨리 마스크를 착용했다. 조금 걷다 보니 더운 느낌이 밀려왔다. 반팔 티셔츠 겉에 긴 셔츠 입기 다행이다. 가을 날씨도 아니고 여름 날씨라고 하기도 뭐하고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겉 옷을 벗고 나니 세상 시원하다. 아뿔싸 근데 길을 잘못 왔다. 횡단보도가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걷고서야 건너편으로 갈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는데 설마 차도 옆이 걷는 길은 아니겠지 하며 살펴보니 다행히 차도에서 좀 떨어진 산책로를 만들어놨다.
노을나루길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만났다. 노을이 아름답다고 하니 다음에는 해가 질 시간에 맞춰서 한 번 와야겠다. 낮에도 나름의 매력은 있다. 시원한 바람, 높고 맑은 하늘, 탁 트인 시야. 다만 구청에서는 여기 청소를 좀 신경 써야겠다. 쓰레기가 있었다. 그리고 산책로 트랙이 평평하지 않고 붕 뜬 부분도 있고 폭이 너무 좁다. 밤에 많은 사람이 걸을 텐데 2미터 거리 유지가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평일이면 늘 출근을 위해 저 하구둑을 넘어간다. 부디 오늘 저녁 로또로 저길 안 넘어도 되게 해달라고 빌어본다. 하구둑이 9개니 다음 주 로또엔 9를 꼭 넣어보자. 잠깐 숨을 돌리고 다시 걸어본다. 연세 있는 분들이 많았다. 할머니들은 마스크를 잘 착용하는데 할아버지들이 쫌... 그렇다. 내가 착용하고 있으니 시선을 돌리고 계속 걸었다. 조금 있으니 조깅하는 남자가 마스크 없이 내 앞을 쌩 지나갔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경치를 바라본다. 후...(열 받은 거 아님)
을숙도 대교가 보인다. 2010년 1월 30일 준공되었다고 한다. 부산신항과 기존 부산항 간의 원활한 수송과 물류비용 절감 등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녹산공단, 신호공단, 경제 자유구역 등에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면 빨리 오고 갈 수 있다. 을숙도 대교에 가까이 갔을 때 뒤를 한 번 돌아봤는데 많이도 걸었다. 처음 출발 지점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걷다 보니 자전거길과 인도가 만나게 되는 지점이 나왔다. 자전거도로를 놔두고 인도로 막 다니는 자전거 때문에 오늘은 그만 걷자 마음먹고 휴대전화 맵 어플을 켜고 어디로 가야 할지 찾아봤다. 그러던 중 길 건너편에 뭔가 눈에 들어왔다.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근데 술래가 있으면 숨은 아이들도 있어야지. 그건 왜 안 만든건지. 숨어서 안 보이는 거라 생각해본다. 여기에 뜬금없이 이런 게 있나 생각하며 설명판을 찾아봤다. 2015년에 만든 도시숲 광장이라고 한다. 아무리 봐도 관리가 안되어있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준다고 하는데 적막만 감도는데 무슨. 누가 저 아이 풀벌레로부터 구해주소서!
커피를 마신 탓인지 화장실이 급해서 빨리 지하철역을 찾아 걸음을 재촉했다. 집에 와서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니 5km 이상을 걸었다. 다음 부터는 해가 높이 떠 있을 때는 걷지 않으리라 마음먹어 본다. 그래도 혼자 걸어보니 느리게 걷다가 빠르게 걷다가, 이 생각 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이제 다음에는 승학산에 가는 걸로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댓글